“네 마음은 어땠니?”

조회 수 1041 추천 수 0 2015.05.31 21:30:16
푸른아침 *.174.145.245
날짜 : 2015-05-31 

“네 마음은 어땠니?”

 

쉬는 시간, 화장실을 다녀온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르르 내게로 왔다.

 

“A가 화장실에서 나를 놀렸어요!”아이는 화가 많이 난 목소리였다.

 

“뭐라고 했는데?”

 

“화장실에 ‘ㅇㅇㅇ’라고 써있었는데 A가 ‘△ㅇㅇ’라고 말했어요.”

 

‘ㅇㅇㅇ’는 ‘△ㅇㅇ’인 B의 이름과 비슷한데, 그래서 놀렸다는 말인가?’ 아무튼 A를 불렀다.

 

“화장실에서 B를 놀렸니?”

 

“아니에요. 그냥 글자만 읽었어요.”


더욱 화가 난 B는 소리를 높였다.“아니에요. A가 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이렇게 하면서 △ㅇㅇ라고 말했어요.”B는 손가락으로 A가 자기를 가리키면서 했다는 시늉을 하였다.

 

“아니에요. 정말 안 놀렸어요.”덩달아 A도 목소리를 높여 아니라고 하였다.

 

몇 번 옥신각신 한 끝에 알아낸 자초지종은 이랬다.

화장실에 갔는데 B의 이름인 "한철수" 와 비슷한 "김철수"라는 글자가 써있었고 A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면서 읽었다는 것이다. 그건 분명 자기를 놀리는 것이라고. B는 손가락질 하지 않았고 그냥 읽었을 뿐이라고 응대하였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시시비비가 어른에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는 학교도 오고 싶지 않고, 심지어 세상이 모두 슬플 만큼 중요하기에 아무리 사소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럴 때에는 이름이 나오거나 전후 사정을 안다는 아이를 불러다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보통 '누가 먼저 시작했나’ 로 잘잘못을 가린다. 그런데 지금 A와 B는 이 경우와 다르고 지목받은 사람이 안 했다고 하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놀리지 않았고 그냥 읽기만 했다는 A에게 “니 마음은 어땠니?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냥 글자만 읽은 거니?” 하고 물으니 순간 아이가 멈칫 하였다.

 

“니 마음도 정말 B를 놀리지 않았니?”아이가 울상이 되면서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놀리는 마음이 있었구나. 그래서 B가 놀렸다고 생각했네. B가 네 마음을 알아차렸나보다. 마음이 그랬으면 그렇게 한 거란다. 그러니 이제부터 그런 행동은 하지 말거라.”


의기양양해진 B는 어깨를 으쓱하였고 고맙게도 나의 말을 이해한 A는 수긍하며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제 자리에 앉히고 우리들은 또 주어진 하루를 이어갔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쿡쿡’ 쑤셔왔다. ‘마음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인데, 고작 8살인데... 보드랍고 여린 가지가 살랑바람과 노는 재미까지 뺏어 버린 것은 아닐까...’   혹시나 즉각 행동해야 할 때, 아직 다 여물지도 않은 마음 살핀다고 주춤하지는 않을 런지.’ 


하지만 이심전심(以心傳心) 이라고 말 없는 가운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졌다는 염화미소와 새벽에 닭 우는 소리에 문득 세상 이치를 깨달으셨다는 선각자들까지, 말이나 글자보다는 마음의 표상인 눈빛과 표정, 손짓과 몸짓에서 더 깊고 많은 의미가 전달되지 않던가. 몸짓은 눈(目)으로 전해지고 마음 짓은 마음으로 전해짐을 A와 나는 그렇게 짧은 대화로도 마음을 전달했고 또한 받아들였다.


나는 진심으로 발원한다.

‘네 마음은 어땠니?’가 세상에서 가장 성능 좋은 빗자루가 되어 혹여 있을 아이의 마음 속 찌꺼기들을 쓸어내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행운의 부적이 되어 삶의 고비에서 만나는 온갖 해로움으로부터 굳건히 지켜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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