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3_상담

조회 수 733 추천 수 0 2014.07.27 23:34:13
푸른아침 *.174.145.86
날짜 : 2014-07-27 

상담


Ⅰ.

수업을 마치고 교실 정리도 마치고 좀 한적해진 오후

다음 일을 챙기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 저, 선생님. B 엄마입니다.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로 불쑥 인사드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전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참 온화하다.

 

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모두 다 바쁘신데 전화가 이럴 때 편리하게 쓰라고 만든 기계잖아요.

학부모: 네~ 선생님, 말씀드릴게 있어서요. 우리 B가 학교에서 어떻게, 잘 하는지요?”

저: 네, 잘 합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수업태도도 바르고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참 어여쁜 아이입니다.

학부모: 감사합니다. 그런데 요즘 B가 앞에 앉은 친구가 자꾸 뒤로 돌아보고 얘기를 시켜서 공부를 못하겠다고 집에 와서 몇 번 말을 했습니다. 저는 우리 B가 소심해서 별 일 아닌 걸로 너무 예민하게 그러는 것은 아닌 가 했습니다. 그래서 자꾸 그러면 그 친구에게 앞을 보라고 얘기 하라 했더니 그래도 계속 뒤돌아 장난치고 얘기를 걸어서 선생님 말씀도 잘 안 들린다고 합니다. 아이 얘기만 듣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우리 애가 함부로 이런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서요... 정말 B가 그 친구 때문에 수업에 방해를 많이 받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 되겠다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의 입장까지 생각하는 전화는 기분이 좋고 나도 좀 더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 편이다.

 

저: 우선 B 어머니, B는 소심한 아이가 아닙니다. 저에게 말을 할 때도 표정이 약간 머뭇거리기는 합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충분히 양보는 하지만 할 말은 하고, 모르는 것은 그냥 지나가지 않고 꼭 물어보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B가 어머니께 드린 이야기는 모두 맞습니다. B 앞에 앉은 친구의 수업태도가 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B가 그 아이에게 했던 말을 늘 반복해서 하고 그래도 심하면 좀 더 주의를 주기도 하면서 그 아이 어머니와 상담도 했습니다. 어머니도 이미 알고 계시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조금 후면 자리를 바꾸게 됩니다. 그동안에도 B가 어머니께 앞의 친구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면 조금만 기다리면 자리 바꿀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라고 잘 다독여 주십시오. 저도 그 친구에게 계속 주의 주면서 잘 지도하겠습니다. 몸에 밴 습관을 고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학부모: 예~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이렇게 전화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한걸요. 최선을 다해서 지도하겠습니다.

 

담임교사가 아이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것, 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그 아이의 어머니도 사실을 알고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 아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B의 어머니에겐 안심이 되었나보다.

기다려 주는 것, 지켜 봐 주는 것, 그게 배려이고 소통의 첫 걸음이 아닌 가 싶다.

우리 모두는 각자 누구에게 보다 자기 스스로에게 관심이 가장 많다. 자기 인생을 아름답게 꾸미고 멋지게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몸에 배인 습관 때문에 부딪치고 깨지고 자빠져서 힘들다. 누군가가 따뜻한 시선으로 한결같이 믿어주면서 계속 잔소리(?)같은 얘기를 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올 것이다.

더구나 그는 아이이지 않은가!

 

Ⅱ.

숙제로 내 주었던 수학익힘책을 채점하고 검사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선생님, C 엄마입니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예, 선생님, 우리 C가 학교에 뭘 두고 왔다고 해서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저보고 대신 가져다 달라네요. 그래서 학교 가는 김에 선생님도 좀 뵈었으면 하는 데 시간이 어떠신지요?”

“ 괜찮습니다. ”

“그럼 조금 후에 뵙겠습니다.”

 

학부모: 우리 C의 학교생활이 궁금해서요. 우리 C가 틱 증상이 있습니다. 계속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저 : 솔직히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C가 제 앞에서 밥을 먹었는데 한 쪽 어깨를 크게 휘둘렀어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한테 그런 버릇이 있다고 그랬습니다. 아, 저는 그때서야 그것도 틱 증상인줄 알았고 더 이상 아는 척 하지 않았습니다. 기초 조사서를 보고 틱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는 틱 증상이 눈을 깜박이거나, 입을 벌리거나,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는, 그런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깨를 돌리는 것도 틱 증상인 줄 몰랐습니다.”

학부모: 틱 증상은 여러 가지라고 합니다. 틱 때문에 우리 애가 약을 먹고 있는 데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생활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저: C는 시작이 늦습니다. 등교도 늦고, 등교해서 한참 멍하게 앉아 있거나, 친구들과 얘기 하다가 제가 가방이 그대로네. 하면 그 때부터 가방정리 시작하고, 수업 중에 뭘 쓰거나, 문제를 풀 때도 한참동안 기운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있어서 제가 얘기를 하면 그제야 급하게 시작을 합니다. 시작이 늦으니 항상 허둥대고 그래서 늘 바쁩니다.

학부모: 집에서도 그렇습니다. 집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학교에서도 그렇다니...제가 좀 더 일찍 선생님을 찾아뵈었어야 했을 것 같네요.. 우리 C가 시작이 늦은 이유는 아마 약의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불필요하게 작동하는 신경을 억누르는 약이 다른 신경이나 근육도 함께 눌러서 애가 늘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 C가 좀 마른 체형인데다 항상 지쳐 보입니다.

학부모: 먹는 것은 웬만큼 먹는데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수영가고, 태권도를 합니다. 둘 중에 하나를 그만두던지, 횟수라도 좀 줄여보자고 해도 꼭 두 가지 다 하겠다고 하고 빠지지 않고 잘 다녀서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좀 통통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많이 빠졌어요.

사실 저번 주에 병원에서 담당선생님의 권유로 ADHD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다음 달 쯤에 알 수 있답니다. 혹시 다른 결과가 나오면 선생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의 C 어머니는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네, 그렇게 하십시오. 저도 학교에서 C의 다른 행동이 보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학부모 :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 이후 어머니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으니 검사 결과는 양호했나 보다.

사실 C는 멍하게 앉아 있다가 지적하면 그때서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긴장해서 허겁지겁 시작하는 모습이 늘 안쓰러웠다. 자꾸 말했더니 이제는 그렇게 앉아 있어도 들을 것은 다 듣는 가 보다. 요즘은 물으면 거의 다 바르게 대답을 한다.

다행이다.

그까짓거 남 보기에 좀 멍하게 앉아 있으면 어때.

남 보다 좀 늦게 시작하면 어때.

다 알고, 같거나 비슷한 시간에 마무리하고 결과도 알차면 더 좋지.

정말 다행이다.

 

Ⅲ.

기말고사 다음 날,

채점한 시험지를 받아 각자 자기가 틀린 것과 잘 못 채점된 것은 없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 D가 E에게 가서 귓속말로 뭔가 소곤거리는 모습이 눈에 잡혔다. E는 해맑은 표정으로 싫다는 것 같고 그러면 D는 달래는 듯한 표정으로 계속 소곤거리는 모습이 수상(?)해 다가가서 무슨 얘기 하느냐고 물었다.

E가 대뜸

“ D가 내 시험지랑 자기 시험지랑 바꾸제요.”

“뭐!!!”

“아니에요. E가 바꾸자고 그랬어요. 니가 그랬잖아?”

“어째서, 니가 딱지 줄테니 시험지 바꾸자고 했잖아~”

“아니에요. E가 그랬어요. 니가 나한테 시험지 바꾸면 딱지 주겠다고 했잖아”

 

이번 시험에서 수학점수가 D는 40점, E는 90점이다. D가 이 정도 낮은 점수를 받을 아이는 아닌데 요즘 수업시간에 딴 짓을 많이 하더니 결과가 좋지 않아 사실 나도 채점하면서 좀 놀랐었다.

 

“누가 90점 시험지를 40점하고 바꾸자고 할까?”

“아니에요. 정말 E가 바꾸자고 했어요.”

 

방과 후 두 아이에게 좀 더 물었더니 앞의 대답과 똑같다.

D는 여전히 E가 먼저 바꾸자 했다하고 E는 D가 그랬다고 했다. D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우격다짐처럼 E가 먼저 하자 했다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먼저 E를 보냈다.

 

"D야, 이번 시험점수가 안 나와 속상해서 E에게 시험지 바꾸자고 했니?

E는 공부시간에 엉뚱한 소리도 가끔 하고 돌아다니고 선생님한테 주의도 많이 받지만 똑똑하고 점수 욕심도 많은 친구란다. E가 1학년 동안 미국에서 지내서 너희들보다 한국말을 자세하게 다 알아듣지 못해서 공부를 못하게 보일 수 있는데, 아주 똑똑하고 선생님이 조금만 설명해 주면 다 알아듣고 집에서는 엄마하고 공부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네가 보는 것과는 달리 E가 열심히 노력해서 90점을 맞았는데 네가 시험지를 바꾸자고 하면 되겠어? 선생님 속이려고 하면 안돼.”

그때서야 머뭇하면서 D의 눈빛이 수그러들었다.

 

“D야, 선생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너희 같은 어린이들과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너희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이렇게 거짓말 하는 것은 나뻐,"

 

“내가 E에게 거짓말로 시험지 바꾸자고 그랬어요.”

 

진짜 바꾸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장난으로, 거짓으로 바꾸자고 했다는 뜻인가보다.

 

“D야, 선생님이 말하는 거짓말은 그게 아니고, 니가 한 것을 E가 너에게 바꾸자 했다고 선생님에게 말한 것, 그게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무래도 이 일은 어머니께도 말씀드려야겠다.”

순간 D의 눈빛이 떨렸다.

아이들은 교사보다 부모님 말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알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D를 보내고 2시간 쯤 지났을까, D의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때마침 어머님이 받았다.

“D가 집에 오자마자 오늘 학교에서 자기가 크게 잘 못한 것 같다 해서 물었더니 그 말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D가 튀는 것을 좋아해서 야단을 많이 치고 엄하게 하는 편이었습니다. 지금은 학교생활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붙들고 얘기하고 주의를 주겠습니다.”

 

다음 날 D는 수업시간에 불쑥불쑥 하던 행동도 거의 없었고 눈빛도 순해져 있었다. D는 항상 마음이 밖을 향해 있어서 그만큼 자기에게는 소홀한 아이이다. 며칠이 지나니 또 발끈하고 남 탓도 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빨리 알아듣고 잘못을 인정한다.

그게 어디이랴.

 

Ⅳ.

좋은 일이 아닌 아이의 잘못을 그의 부모에게 얘기한다는 것은 참 조심스럽다. 하지만 덮어 놓을 수도 없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무 말씀 없으면‘학교생활은 별 문제 없나 보다’‘학교에서는 잘 하는가 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지도에는 무엇보다도 가정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이때 부모가 자기자식을 객관의 눈으로 바라 볼 수 있고 적극 대처하면 아이의 문제는 의외로 빠르게 고쳐지기도 한다.

 

교사로서 아이나 학부모와 얘기를 나누다가 가끔 나도 모르게 요즘 말로 돌직구, 거르지 않고 직설을 할 때가 있다. 이 아이들과 나는 올 일 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학부모와의 상담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기회를 최대한 잡아 보려는 내 성급한 마음 때문에 그렇다.

전달하려는 상대에게 최대한 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면 될 뿐인데, 빨리 가자고 급하게 두드리는 것이 옳기만 한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든다.

별다른 방법, 즉 왕도라는 것은 없지만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천천히 상대의 마음도 헤아리면서 말을 하는 마음가짐을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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