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2_글로 배운 육아법

조회 수 584 추천 수 0 2014.05.18 17:37:33
푸른아침 *.214.89.242
날짜 : 2014-05-18 

글로 배운 육아법

 

아침 독서시간이다.

A가 도서실에서 빌렸다면서 영어동화책을 펴서 내 앞에 내 놓았다.

"선생님, 저 이 책 읽을 수 있어요."

“정말? 그럼 여기 읽어 봐라”

했더니 유창하게 읽었다.

“그럼, 여기도 읽어 봐”

아주 신이 나서 또 유창하게 읽는다.

“나 이 책보다 더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어요”

“그래? 와~ 그럼 우리 반에서 A가 영어 왕이겠다. 선생님보다 더 잘 하는데~ 이 책 지금 읽으면 되겠다.”

어깨를 으쓱하더니 제 자리로 들어가 제법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A의 책 읽는 소리가 거슬린 친구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시끄럽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A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A야, 마음속으로 읽어라. 친구들도 책을 읽어야 되니까.”

웬일로 A는 곧 소리를 낮추어 읽기 시작했지만 친구들의 찡그림은 계속 되었다.

“A야, 소리 안 나게 마음속으로 읽어야겠다.”

이번에는 들은체하지 않고 계속 소리 내어 열심히 책을 읽었다.

그 날 A는 다른 날 보다 더 심했다.

 

A는 한없이 해맑다. 주위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물음이나 제재는 못 들은 척, 못 알아들은 척 하고 여러 가지 변명과 이유를 많이 댄다. 그러면서 언뜻언뜻 비치는 두려워하는 낯빛, 그러나 혼자만 재미있는, 의미 없는 소리와 동작으로 학습활동을 방해했을 뿐 친구를 때리거나 특정한 누구를 겨냥한 괴롭힘은 없었다.

처음에는 좀 산만한 아이라 생각했다. 짝이 A가 선생님이 하라는 거는 안 하고 얘기만 한다고 누나같은 걱정으로 알려 주었을 때는 책만 펴 놓고 주위의 친구들과 얘기만 하고 있었다. 주로 혼자 이 친구 저 친구에게 돌아가며 말을 건네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힘들어 했다. 똑같은 9살이니까...

 

미국에서 1학년을 보내고 왔다하니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나 했는데 변명이나 이유를 들이대는 것을 보면 넘치게 잘 알아듣고 있는 듯 했고, 가끔 나한테 와서 하는 말도 엉뚱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그게 왜 싫은지는 잘 모르는 듯, 자신이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고, 가끔 얼굴에 비치는 두려움을 보면 마초적인 기질로 힘을 과시하고 싶어서는 아닌 것 같은데...

혼자 생각하다가 어머니와 얘기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을 가는데 우연히 옆 교실에서 A를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A야, A

부르니 돌아보는 A와 같이 나를 쳐다보는 한 분...

‘아, A의 어머니다.’ (A의 어머니는 우리학교 교사입니다.)

그래서 그 날 우리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A의 학교생활을 되도록 자세히 얘기하고 집에서 어머니께서 하고 계시는 지도방법이 있으면 도움을 얻고 싶다고 하였다.

 

다음은 그날 A의 어머니와 제가 나눈 얘기입니다.

저: “그러니까 저는 A는 자기가 이해하거나 흥미 있는 것 외에는 대체로 전부 무시하고 그러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분리불안이 있었습니까?”

 

A의 어머니(이하 어머니): “분리불안이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 무슨 뜻인지 다 알겠습니다. A의 행동은 학교보다 집이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유치원 때도 그랬고 그 때문에 선생님들과 상담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정말 한다고 했는데..., A의 동생도 태어나고 해서 4년간 휴직을 하며 저로서는 100% 애들을 위해 한다고 했는데 A는 항상 그 이상을 요구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귀찮으실까봐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제가 여러 가지 행동이 적혀있는 목록을 드리면 선생님께서 하루 동안의 A의 행동을 체크해서 제게 보내주시면 제가 보고 집에서 고쳐보면 어떻겠습니까?

 

저: “혹시 글로 배운 육아법으로 아이를 키우셨나요?”

어머니: “예”

저: “래포(Rapport: 친밀감)는 가르치는 게 아니잖아요?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팽개쳐 놓아도 알아서 척척 잘하고 낳기만 했지 저절로 큰 것 같은 자식도 있지만 모든 걸 다 바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부족하다는 자식도 있어요. 내 자식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요. 그게 내 자식인데...”

 

어머니: “그러고 보니 A를 진심으로 안아주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 “ A엄마, 내 자식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도 아는 체 하지 않아요. 아이가 마음 놓고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데가 부모 앞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식 보는 부모 마음은 화도 나고 쓰리기도 하겠지만 내가 아는 틀에 맞아야 안심하지 말고 그냥 아이 자체를 인정하고 감싸주어야 하는 게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공원의 벤치 같은 존재가 되어한다고 누가 그럽디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옆에 있어주고 손만 내밀어도 기다렸다는 듯 잡아주고, 그러나 필요 없으면 존재감조차 느낄 수 없게.. 그런데 일일이 손 가고 돌봐주어야 할 어릴 때는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 독립심을 키워줘야 한다 그러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려고 하다가 내가 늙고 기운 빠지면 그제야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자식을 내 옆에 붙잡아 놓으려고 하는 심리가 있어요. 그게 바뀌어야 하는데... 자존감이 있는 아이일수록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더라고요.”

“부모가 나를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자기를 지켜주는 부모가 있어서 든든하니 세상이 편안하고 어디에서든지 위축감 느끼지 않고 당당해요.

“칭찬 많이 해 주세요. 그리고 수시로 안아주세요, 처음은 엄마도 습관이 되지 않아 잘 안 되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무조건 안아주세요. 자꾸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될겁니다.”

 

예를 들어

“오늘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A가 선생님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고, 아마 반에서 영어왕일거라고 하시더라. 우리 아들이 영어왕이라니 오늘 엄마 기분 최고다!”

“(동생 앞에서는) 너는 좋겠다. 이렇게 좋은 형이 있어서 형은 영어도 잘하고 레고도 잘하고, 앞으로는 받아쓰기도 잘 할 거야, A야, 맞지?”

“그러면서 아이의 표정에서 두려움이 가셔지면‘A야, 공부시간에 혼자 소리 내거나 돌아다니면 친구들이 싫어하겠지? 그런 거는 참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하면 친구들이 A를 좋아하고 얼굴도 찡그리지 않을거야.’하면서 조금씩 고쳐 가면 될 것 같아요.”

 

어머니: “역시 칭찬인가 봐요.”

저: “우선은 이렇게 해 봅시다. 그래도 안 되면 그 때 행동수정도 하고.”

 

나는 A의 어머니가 후배교사이고 내 말을 가감 없이 수용해 주어서 거침없이 내 얘기를 쏟아내었다. A의 엄마는 얘기 내내 울었다. 얘기를 끝내면서 A의 선생님이 되어 주어서 고맙다는 A어머니의 과분한 인사에 가볍게 등을 토닥이는 것으로 답하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훨씬 더 부족한 엄마입니다. A는 분명 나아질거니 걱정마세요.”

 

맞춤형교육을 한다며 머리로만, 매뉴얼대로만 아이들을 대했던 게 아닌가 ..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입시와 성적 압박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기사와 걱정하는 마음들로 세상이 들끓을 때 어디서 본 글이 생각났다.

‘내가 대학 떨어졌을 때 엄마는 내게 대학 떨어진 놈 꼴도 보기 싫으니 나가 죽으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집에서 하루 세끼 밥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엄마가 주는 설움과 가족들의 안쓰러워하는 눈치를 버텨내었다. 그게 2년 전인데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친밀감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가르치기에 앞서 먼저 인정해 주는 것. 본능에 충실해서 안고 보듬어 키운 자식은 엄마가 속상해서 나가 죽으라고 하고, 왜 이 모양이냐고 등짝을 후려쳐도 섭섭하고 눈물은 나겠지만 엄마가 왜 속상해 하는지 왜 때렸는지 알기 때문에 그럴수록 꾸역꾸역 밥 챙겨 먹고 그 밥심으로 제 갈 길 찾아 간다.

 

엄마는 교사도 될 수 있고

행동수정자도 될 수 있지만

먼저 그냥 엄마여야 한다.


16foot.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교육지도자 체험사례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우곡심성교육원 2010-11-03 
122 “네 마음은 어땠니?” file 푸른아침 2015-05-31 
121 교단일기3_상담 file 푸른아침 2014-07-27 
» 교단일기2_글로 배운 육아법 imagefile 푸른아침 2014-05-18 
119 교단일기1_ 꽃보다 예쁘고,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 imagefile 푸른아침 2014-05-11 
118 마음, 언행 그리고 날숨 imagefile 김선화 2013-04-22 
117 발우공양 file 푸른아침 2011-11-20 
116 청소년 마음동산꾸미기 제10기를 시작하며 file 푸른아침 2011-09-28 
115 특별한 수업 imagefile 김선화 2011-07-16 
114 마음동산꾸미기 제9기 교육을 마치며 imagefile 김선화 2011-07-11 
113 가을 체험학습 file 김선화 2010-11-10 
서울교육원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8길 42, 1120호| 전화: 070-7568-3128 | E-mail: freemind@wookok.org
부산교육원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03, 726호(우동 오션타워) | 전화: 051-740-6288 | Fax: 051-740-5684 | E-mail: pusanwk@wooko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