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1_ 꽃보다 예쁘고,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

조회 수 709 추천 수 0 2014.05.11 22: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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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4-05-11 
제목 없음

새 학년이 시작 될 무렵, 불의(?)의 사고로 병가를 내고 7주가 지나서야 드디어 출근을 했다. 새 학기 아이들과의 사이는 그 해 첫 일주일과 3월 한 달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소중한 새 학년의 시작을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나서 만나게 되었다.

 

병가기간 동안은 오로지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막상 출근 날이 가까워지자 이 생각 저 걱정이 머리 속을 떠돌았다. 분명 큰 기대와 설렘으로 새 선생님과 새 친구를 만났을 터이고 지금쯤이면 전임선생님과도 편해졌을 때인데 힘들었을 새 환경의 적응 과정을 나 때문에 다시 반복해야 하는 것이 무척 미안하다. 최대한 빨리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교장, 교감선생님께 출근 인사를 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가니 일찍 등교한 아이들 몇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이들 말로는 담임선생님이 오늘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데, 눈만 말똥말똥하면서 선뜻 말을 붙이지 못한다.

 

1교시 시작종이 울리고

“안녕, 잘 지냈어요? 선생님이 그동안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있다가
오늘에야 여러분을 처음 보게 되었어요.”

 

“왜 다리를 다쳤어요?”

“나도 그 전에 태권도 하다가 다리 다쳐 봤어요.”

“나도 그 전에 다친 적 있어요.”

“나도요”

동병상련의 친구들이 꽤 많다.

 

“ 그렇구나, 선생님은 넘어져서 다쳤어요. 다리를 다치니 많이 아프고 불편한데 우리 앞으로는 다치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요. 선생님은 병원에 있으면서도 우리 2학년 0반 친구들 생각 많이 했어요. 그동안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이 우리 반 친구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어린이들이라고 이야기 해 주셨어요. 오늘부터는 선생님과 함께 재미있게 지냅시다.”

인사말을 끝내고 곧바로 일정표대로 하루를 지냈다.

 

아이들 이름 외우고, 특성 파악하고, 중간평가 치고 나니 벌써 한 주가 지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마치 나의 미안함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왜 그렇게 절룩거려요?”,“우리 전에는 이렇게 했는데요.”, “ 안 하면 안 돼요?,” 걱정과 달리 이러한 말들은 한 마디도 없었다. 되도록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어 갈려고, 그동안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덤덤하게 대답해 주었다. 마치 나는 다리를 다치지 않았고 내가 첫 출근한 그날이 우리 반은 개학 첫 날인 것 같았다. 고맙고도 신기했다.

 

그동안 맡아주셨던 선생님도 고맙게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미리 포스트 잇에 적어 기초조사서에 붙여 놓아 내가 겪을 실수와 시행착오를 미리 방지해 주었고 그동안 했던 여러 업무와 학습지를 분류하여 정리하여 놓았다. 그 외는 서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일주일 후 우리가 앞으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였다. 규칙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계속 일러 줘야 했지만 군말 없이 수긍하고 지키려고 애를 쓰면서 내 뜻을 존중해 주었다.

내 느낌으로 아이들은 분명 전임 선생님과 즐겁게 지냈을 텐데, 마치 깡그리 잊은 듯, 우리의 만남 이후는 별다른 노력 없이 전(前)의 그것과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

.

그게 딱 이주동안 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나 싶을 정도로 잘 따라주었다.

하지만 누구나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말도 행동도 조심하다가, 알고 나면 편해진다. 당연한 건데 신기하고 고맙다고 난리를 하다가 이번에는‘들켰다’싶어 뜨끔하고...

혼자서 오두방정을 떨었다.

 

“원래 그거 그렇게 하지 않는데요.”

“그렇게 안하고 이렇게 하면 안 돼요?”

“나는 그냥 이렇게 할게요.”

한 두 아이가 물꼬를 트니 그동안 어떻게 말 안하고 있었나 싶게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한다. 이제는 서먹하지 않다는 뜻 일게다.

 

이렇게 대답했다.

“00가 말하는 것은 원래 정해진 게 아니라 그때그때마다 달라져도 되는 거야. ”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내가 적응하는 동안 참고 기다려준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했다.

나는 복이 많다.

 

학급 전체 아이가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수업시간 중에도 규칙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광경은 매우 흐뭇하고 보기 좋다. 그 방법은 다인수 학급에 특히 효율적인 수업 방법이기도 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그렇게 할까? 궁리도 많이 한다.

이제는‘효율인가?’와‘획일인가?’를 먼저 꼭 점검해야겠다.

 

옆 반에 피해 주지 않을 만큼, 다른 친구에게 방해되지 않을 정도만 하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봐 두었다가‘이렇게 해 봐라’ ‘저렇게 하면 어떨까?’로 ‘하지 말라’는 말 보다 ‘해 보라’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

 

학급 전체의 평화와 아이 개인의 행복,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지 않는 학급경영을 하고 싶다. 아이들을 믿을 거다. 웅성거리지만 사실은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툭탁거리고 싸우지만 사실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판단하는 힘을 기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만의 잣대로 교사라는 편견으로 실수하지 않게 말이다.

 

요즈음 대한민국은 상(喪)중이다. 말만 하면 툴툴거리고 저만 아는 철부지인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막상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하고 서로 손을 잡고 용기를 주고 격려하였다. 그 안타깝고 아름다운 마음들을 기사로 접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져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렇게 속 깊은 아이들.

말 안 듣는 요즘 애들 이라며 어른들의 입방아에 오르던 그 아이들이

너무 착하게.. 바다로 사라졌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귀하고 귀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갔다.

참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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