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언행 그리고 날숨

조회 수 1128 추천 수 0 2013.04.22 22:03:42
날짜 : 2013-04-22 

저는 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국어 4단원 수업의 첫 시간과 마지막 시간에 우리 반 아이들과 제가 나누었던 얘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Ⅰ.

저: 오늘은 4단원 첫 시간, 88쪽을 펴 보자. 왼쪽, 네모 안에 있는 글을 다 같이 읽어볼까요?

 

아이들 :‘거칠고 험한 말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고운 말을 익혀 생활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여 봅시다.

저: 방금 읽은 글이 4단원에서 우리가 공부해야 할 중요한 내용, 어려운 말로 요점입니다.

 

아이 1: 그 말 어려운 말 아닌데요. 나는 벌써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 : 나도요. 나도요..

(많은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었답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아는 것도 많고 어휘력이 대단히 풍부합니다)

 

저 : 아. 벌써 알고 있었구나

‘거칠고 험한 말이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고 했는데 마음이 상하는 것이 무슨 뜻 일까요?

 

아이 1 : 썩은 마음이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 2 : 나쁜 마음이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 3 : 나쁜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저 : 그럼‘마음’이 무엇일까요?

 

아이들 : (어리둥절하면서 친구들 얼굴을 이리저리 쳐다보고 입술을 달막달막합니다.)

 

저 :‘마음이 상한다.’고 했는데 ‘음식이 상한다’ 고도 말합니다. 음식이 상하면 어떻 게 될까요?

 

아이들 : 냄새가 나요. 버려야 해요. 먹지 못해요.

 

저 : 상한 음식은 아깝지만 버려야 하는데 상한 마음은 어떻게 할까요?

 

아이 1 : 버려야 합니다.

아이 2 :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저 : 마음을 어떻게 버릴까요? 상한 마음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면 마음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겠지요?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아이들: (여기 저기에서) 머리에 있어요. 심장에 있어요.

가슴에 있어요.

뇌(腦)에 있어요.

위(胃)에 있나?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9살배기 특유의 통통 튀는 명랑함으로 던지듯이 말하였습니다.)

 

저 : 그럼 수술해서 심장이나 뇌를 꺼내면 상한 마음이 없어지나요?

 

아이들(갸우뚱하며) : 그건 아닌데요? 그럼 죽잖아요?

 

저 : 의사선생님이 수술하실 때 몸 안을 들여다보고 ‘ 아, 여기 상한 마음이 있군. 어서 꺼내자’하시고 상한 마음을 꺼내나요? ‘

 

아이들 : (웃긴다는 표정으로) 아니에요.

 

저 : 병든 심장이나 뇌, 위를 잘라내고 다른 사람의 심장이나 뇌, 위를 갖다 붙이면 수술받 은 사람의 마음이 다른 마음으로 바뀔까요?

 

아이들: (이상하다는 듯) 아니에요. 아닌 거 같아요. 아닐거에요.

(그러면서도 어딘가에 있기는 있을 것 같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저희들끼리 서로 마주보며 웅성거렸습니다.)

 

저 : 여러분은‘쟤는 참 착한 아이다.’‘쟤는 나쁜 아이다’를 무엇으로 그렇게 생각합 니까?

 

아이들 :‘내가 어려운 때 도와 주는 친구를 보며 그 아이가 착하다고 생각했어요.’

‘준비물 안 갖고 왔을 때 빌려 주어서요’

‘다쳤을 때 보건실에 같이 가 주니까요.’

‘심심할 때 같이 놀아주어서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저 : 여러분은 누구랑 친하고 싶은가요?

아이들 :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하고요.

 

저 : 여러분은 어떤 친구하고 친하고 싶지 않나요?

아이들 : ‘욕 쓰는 아이요’‘ 때리는 아이요’‘ 귀찮게 하는 아이요’

 

저 : 착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아이들 : ‘어려운 친구 도와주는 아이에요’,

 

저 : 고운 말을 쓰고, 어려운 친구를 도와 주는 것, 그걸 간단하게 말하면 뭘까요?

아이들 : 말과 행동이에요. 언행이에요

 

저 : 맞았습니다.

마음은 말씨와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런 말과 그런 행동을 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마음이에요.

 

아이 1: 그건 ‘뇌’잖아요.

(마음이 뇌에 있다고 말한 아이가 외쳤습니다. 사실 저는 이 소리를 듣고 순간 흠칫 했습니다만 불쑥 어딘가에 흩어져 있던 어렴풋한 짐작, 앎이 재빨리 모여 나름의 한 생각이 되었습니다.)

 

저 : 뇌는 신경에게 명령만 내리고, 잘하고 못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에요.

축구가 좋은 사람, 수학을 잘 하는 사람, 그림그리기가 재미있는 사람, 노래와 춤 을 좋아하는 사람, 그 사람들의 뇌는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이는 축구 선수, 과학자, 화가, 가수는 많이 다르잖아요?

차이 나게 하는 그것이 바로 마음이에요. 거칠고 험한 말을 쓰고 싶어도 참고, 화가 나더라도 좀 참고...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하면서 훗날 내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겠어요.

 

아이들 : (알 듯 말 듯 하다는 표정으로 제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었습니다. 이런 집중, 2학년 아이들에게는 매우 드뭅니다.)

 

저 : 좀 어려운가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고, 오늘은 왜 고운 말을 써야 하는 지에 대해 공부합시다.

아이들 : (작은 소리로 계속 웅성거렸습니다. 그 웅성거림의 위로 새로운 문제의 답을 얻고 싶은 열망과 새 세상에 대한 신기함이 반짝거리며 온 교실을 날아다녔습니다.)

 

그러자 휴식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울렸습니다.

저는 단원을 소개하는 첫 시간을 그렇게 마쳤습니다.

아이들은 어렵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다 알아들은 것도 아니고,

여태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생각을 해서 급 피곤한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저는 제가 애들을 너무 힘들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교실 맨 뒷 자리에 있던

한 아이의 말을 듣고, 다음에 한 번 더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

.

‘ 아~~ 재미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습주제를 읽다가 마음이란 단어가 아주 잠깐 작지만

따뜻하고 온화한 한 덩어리의 밝음으로 제게 다가왔었고, 중간에 얘기를 풀어나가다가

의외로 잘 풀린다는 생각도 했음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 풀림의 시작이 어떤 물음이었는지,

어렴풋한 짐작과 앎의 모여 이룬 나름의 그 한 생각이 무엇이었는지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며칠을 생각해도 설명과 대답의 내용이 정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와 묻고 답한 내용은 위에 기록한 내용과 얼추 같습니다.)

 

 

 

Ⅱ.

저 : 오늘은 [4. 생각을 전해요.] 단원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고운 말을 해야 하는 까닭과 고운 말을 사용하여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내 생각을 써 보는 공부를 하였습니다.

(단원 정리와 마무리를 하면서 고운 말을 써야 하는 까닭과 함께 상한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마음에 대해 다시 얘기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고운 말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아이들 :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게 됩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착한 사람이 됩니다.

 

저 : 줄넘기를 잘 하고 싶지만 안 되어서 고민하는 친구에게는 어떻게 말해 주면 좋을까요?

 

아이들 : ‘괜찮아, 자꾸 하면 할 수 있을거야’

‘그전에 나도 잘 못 했는데 자꾸 하니까 잘 하게 되었어.’ 라고 말해 줍니다.

 

저 : 잘 했습니다.

철봉을 잘 못하는 나에게 친구가‘ 야! 너는 그것도 못하니?’‘ 그것 밖에 안되니?’ 하고 말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아이들 :‘엄청 기분 나빠요’‘때려주고 싶어요.’‘같이 안 놀고 싶을 거에요’

 

저 : 기분 나쁘고, 화가 난다고 그 친구를 때리거나 기분대로 화를 내고 같이 싸울까요?

 

아이들 : (가만히 있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마 마음 속으로는 때려주겠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아야 해요. 상한 마음 갖다 버리고 와야 해요.

 

저 :‘ 으... 화난다. 참을 수 없다. 빨리 가서 버리고 와야지.’하고 철봉하다가 쓰레기 통에 가서 빨리 화난 마음 버리고 와서 다시 철봉할까요?

줄넘기하다가 때리고 싶은 화난 마음 쓰레기통에 버리고 와서 다시 줄넘기할까요?

 

아이들: (어처구니 없다는 듯 그냥 웃었습니다.)

 

저 : 원래 상한 마음은 없어요. 우리 마음은 깨끗한데 생활하면서 때도 묻고, 상(傷) 해 버린 거예요. 하지만 마음을 버릴 수는 없어요. 비워야 하는데 그냥 원래의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어요. 그 방법을 가르쳐 줄게요.

 

나보다 힘센 친구가 놀려서 화나지만 참을 수밖에 없어서 억울하다, 열심히 공부 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아서 울고 싶다, 옆의 짝이 그러지 말라고 해도 자꾸 괴롭혀서 화가 나면...

 

손가락 세 개를 모으고 조용히 숨을 내 쉬세요.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제 말을 듣자마자 허리를 펴고 눈을 감고 삼지를 하면서 명상 자세를 하였습니다. 우리 반은 새 학년이 되면서 1분~5분정도의 명상을 몇 번 해 보았습니다.)

 

저 :‘푸 푸’소리 내지 말고, 그냥 숨 쉴 때처럼 소리 안 나게, 천천히 내 쉬세요.

교실에서는 그렇게 해도 되지만 운동장이나 밖에서 놀다가 할 때는 앉아서 눈 감고 할 수는 없으니, 표시 안 나게 삼지한 손가락 뒤로 살짝 가리고...,

눈은 살짝 떠야 되겠지요. 아주 잠깐은 살짝 감아도 됩니다.

옳지, 그렇게 천천히 숨 내쉬기를 두 번이나 세 번 쯤 하면 기분이 정리정돈 됩니다.

 

(아이들이 해 본 대로 하게 하고, 조금 다르게 하는 방법도 일러 주면서 잠깐 여유를 주고 바라보았습니다.

허리를 펴고 앉아 상한 마음을 원래 마음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리지만 참 대견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날숨 쉬기와 삼지가 늘 곁에 두고 함께 하는 아이들의

친한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fly.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교육지도자 체험사례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우곡심성교육원 2010-11-03 
122 “네 마음은 어땠니?” file 푸른아침 2015-05-31 
121 교단일기3_상담 file 푸른아침 2014-07-27 
120 교단일기2_글로 배운 육아법 imagefile 푸른아침 2014-05-18 
119 교단일기1_ 꽃보다 예쁘고,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 imagefile 푸른아침 2014-05-11 
» 마음, 언행 그리고 날숨 imagefile 김선화 2013-04-22 
117 발우공양 file 푸른아침 2011-11-20 
116 청소년 마음동산꾸미기 제10기를 시작하며 file 푸른아침 2011-09-28 
115 특별한 수업 imagefile 김선화 2011-07-16 
114 마음동산꾸미기 제9기 교육을 마치며 imagefile 김선화 2011-07-11 
113 가을 체험학습 file 김선화 2010-11-10 
서울교육원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8길 42, 1120호| 전화: 070-7568-3128 | E-mail: freemind@wookok.org
부산교육원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03, 726호(우동 오션타워) | 전화: 051-740-6288 | Fax: 051-740-5684 | E-mail: pusanwk@wooko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