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공양

조회 수 2114 추천 수 0 2011.11.20 10:58:57
날짜 : 2011-11-20 

 마음동산꾸미기 10기 셋째날에는 발우공양을 하였다. 발우는 불가에서 수행자들이 사용하는 식기를 뜻하는 말이고 공양은 식사인데 불가에서 발우공양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고 몸을 살찌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굶주리는 배를 채워 마음동산을 아름답게 꾸미는 힘을 얻는 심신수행의 하나이다.


 

우리 교육원의 한 프로그램인 발우공양 실습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네 개의 발우(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 물그릇)를 정해진 자리에 맞게 놓는다.

② 물그릇에 그릇 씻을 물(청수물)을 받아 차례로 발우를 가신다.

③ 음식을 담은 그릇이 내 앞으로 오면 각각의 발우에 먹을 양만큼 덜어 놓고 반찬으로 덜어 낸 김치 한 쪽을 국물에 적셔 양념을 씻어내고 밥그릇 안쪽에 붙여 놓는다.

④ 음식을 담은 그릇이 돌면서 같이 공양할 모두의 발우에 음식이 담아지기를 조용히 기다렸다가 공양을 시작하라는 신호가 나면 먹는다.(내 그릇에 밥이 채워졌다고 먼저 먹지 않고 미리 국에 씻어 놓았던 김치는 공양이 끝나도 남겨두어야 한다.)

공양을 할 때에도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밥을 국에 말거나, 반찬과 밥을 함께 비벼 먹는 것을 금하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꺼번에 쥐지 않고 밥과 국을 먹을 때에는 숟가락을, 반찬을 먹을 때에는 젓가락을 따로 쥐고 먹으며, 몸을 숙이지 않을 정도로 밥이나 국그릇을 들고, 음식을 씹는 소리를 내는 것도 조심한다.

동서양에 두루 통용되는 반듯한 식사예절이다.


 

발우공양은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식사 후의 처리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⑤ 식사가 끝나면 밥그릇에 숭늉을 받아 밥을 먹기 전에 미리 국에 양념을 씻어 낸 김치조각으로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의 순서대로 씻어 김치조각과 함께 숭늉을 마신다.

⑥ 다시 식사 전에 받아서 그릇을 가셨던 물로 손으로 발우를 깨끗이 씻어 수건을 닦아 발우와 수저를 정리한다.

 

 

이 일련의 과정을 처음 하는 아이들은 힘들어 한다. 우선 먼저 음식을 받은 순서대로 먹는 학교 급식에 익숙해 있다가 다른 친구들이 음식을 담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을 힘들어 하고, 발우를 닦은 김치와 숭늉을 먹는 것은 대놓고 싫다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어쩔 줄 몰라 두리번거린다.

 

이 찡그림과 두리번거림을 풀어주는 것이 우리가 발우공양을 하는 목적이다.

사실 식사를 끝낸 우리의 뱃 속도 물이 많은 것 빼고는 지금 이 숭늉과 같고, 숭늉에 뜨는 기름기와 음식 조각과 양념은 금방 내가 먹은 음식을 담았던 그릇에 묻어 있던 것이니 설거지통이나 하수구을 떠올리며 더럽다고 외면하는 그 생각이 어긋난 것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절대 못하겠다며 불평하고 툴툴거리던 아이들도 하나 둘 결국 다 마신다. 마시고 난 뒤에는‘언제 내가 못 하겠다. 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참 신기할 정도로 차분한 낯빛으로, 마치 딴 사람이 된 것 같다. 난처한 얼굴로 발우에 입술만 붙였다 땠다 하다가 겨우 입술만 적시다가 눈 질끈 감고 그릇 째 들고 마시고는 생각보다는 괜찮다며 아직 못 먹고 있는 친구를 챙기기도 한다.


 

그거다.

도대체 생각지도 못 했던 일, 생각해야 할 필요조차 없었던 일, 너무 불편해서 생각만 해도 눈물이 글썽거리도록 속이 뒤집히는 일 들이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고, 한 번 더 생각하면 그것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더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더럽고, 저것은 깨끗한 것이라는 생각의 틀에 갇히면 그만큼 좁고, 얕아진 마음, 그 안에서 오골거리며, 그것만이 모든 것인 줄 알고 살 수 밖에 없다.

발우공양은 식사예절을 가르치고, 소욕지족하면서 사람답게 살고, 크게 팔 벌려 알수록 멋진 세상을 너의 품에 안아보라는 큰 한 방이다.


 

한걸음만 들어가 보면 세상에 더럽다고 천대받아야 할 것은 없다.

화장실의 휴지의 전생은 나무이고 배추와 무, 벼와 보리를 키우며 지렁이가 숨 쉬고 사는 흙은 전생의 내 뼈와 살이며, 바람은 전생에 내가 뛰어다닌 움직임이다. 그 땅에서 그 바람 맞고, 그 햇살 받으며 자란 식물과 동물이 음식으로 나를 강건하게 하여 내가 내 마음을 챙기면서 아름답게 꾸미려는 여유가 되어 준다. 배도 고프고 기운도 없는데 마음을 꾸밀 힘이 어디에서 나겠나.

 

 

우리는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관계를 맺고 있었다.

더러운 것이 있다면 너와 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갈라놓고,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나만 챙기고, 되는 것만 가지려고 앙탈하는 치우친 마음일 것이다.

나(我)라고 주장할 것이 무엇이며, 나(我) 아니라고 밀쳐낼 것은 또 무엇인가.

부디 어서 윤회에서 벗어나라고 도와주는 것들 뿐이고, 몸 낮추고 겸손해야 할 이유였다.


 

섞여져서 달리 보였을 뿐, 처음에는 윤기 잘잘 흐르는 따끈한 밥에 구수한 된장국, 참기름 골고루 섞어 무친 맛난 나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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