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수업

조회 수 1632 추천 수 0 2011.07.16 23:42:49
김선화 *.162.204.146
날짜 : 2011-07-16 

특별한 수업

 

2학년 1학기‘즐거운생활’끝 단원에는 모래놀이를 하는 시간이 있다.

6월의 끝 날에 실내수영장에 가서 신나게 물놀이를 했지만 여름에는 역시 모래가 있어야 제 맛이다. 주간학습 계획에는 목요일이었지만 전 날 알림장에 내일 비(雨) 오거나 많이 흐리면 모래놀이 준비물 안 가지고 와도 된다고 써 주었는데, 마침 그날의 아침 하늘은 이미 먹구름이 잔뜩 끼고 일기예보도 비(雨)가 온다고 했다니 알림장대로 한 아이들이 몇 있었다.

 

‘엄마가 오늘 비(雨) 온다고 가져가지 말래요’.

‘ 그래도 나는 가져 왔는데요?‘

‘나도요.’

 

날씨야 어떻든 모래놀이 할 때 쓰는 장난감이 들어있는 비닐 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온 아이들이 많았다. 비닐봉지에 든 장난감은 예전에 우리 애들 키울 때보다 더 색깔도 예쁘고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웬걸. 둘째시간에 우연히 운동장을 보니 옆 반 아이들이 모래놀이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래, 맞아, 구름만 적당히 있어주면 덥지도 않으니 모래놀이 하기 적당하겠다.’

내가 무얼 보나 궁금했는지 내 눈길 따라 오더니 옆 반 친구들이 모래놀이 하는 모습을 보고는 몹시 부러워했다.

 

‘아--. 2반은 모래놀이 한다.’

 

그게 어제였다.

오늘 아침은 하늘이 깨끗했고 아침부터 아이들 얼굴이 들떠있었다. 그 기대에 맞추어 장마라 다음을 예측할 수 없어 첫 시간부터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운동장으로 나가자마자 가는 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걸 어쩌나...

‘여기까지 왔는데.’

‘또 실망하면 안 되는데..’

‘아이참, 그냥 하면 안 돼요?'

‘미끄럼틀 밑에 들어가면 비 안 맞아요.’

‘진짜 진짜 하고 싶어요.’

 

뒷통수에서 실망하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나 아쉬워하는지도 알겠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얘들아. 모래놀이는 비가 오지 않을까 해서 조마조마하면서 하는 놀이가 아니라 맑은 날 신나게 친구들과 재미있게 하는 놀이다. 우리 맑은 날 꼭 하자’고 했더니 머리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은 도저히 교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지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작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어쩌지 못하는 마음에 하늘을 보는데 갑자기 구름이 빠르게 자리를 이동하면서 파란하늘이 드러나고 있었다.

 

‘ 구름씨, 지금 애들이 뭘 하려고 하는데 저쪽에 잠시 피해 가 계시우, 많이 무거워 힘들면 어디 딴 데 가서 뿌려 주시구요.’

바람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와! 구름이 날아간다’

‘아, 정말 파란 하늘이 나왔다., 그럼 비 오기 전까지만 하자.’

‘와~~~’

 

우리의 모래놀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작하고 10분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쨍’ 하고 햇님이 나타나셨다.

‘얘들아, 나도 여기 있다.’말씀하시며.

‘와! 해(日)나왔다.’

 

이제는 마음 놓고 모래놀이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고 우리는 정말 재미있게 모래놀이를 했다. 계획한 2시간이 거의 끝나가는데도 아이들의 재미는 조금도 덜해지지 않았고 눈(目)과 마음은 처음처럼 모래에 박혀있었다.

 

‘너무 재미있다. 셋째시간까지 해야지.’

‘뭐, 누구 맘대로’ (이건 심술쟁이 담임 생각)

‘세상에 이런 재미가 있다니...’

 

아이들은 그깟 모래놀이 쯤이 이렇게 재미있었다니,,, 이 세상에서 더 이상의 재미는 없을 거라는 듯, 이 순간만큼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거기에 푹 빠져 있었다. 행복하니 투덜거리지도, 싸우지도 않았다.

 

학교경비 일을 하시는 분이 고맙게도 운동장 수도를 틀어주어서 바닷가 모래놀이 부럽지 않게 물과 모래로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쏟아지는 수돗물에 모래 묻은 손과 발, 장난감을 씻으며 참 행복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덜 떨어지게도 난 내가 뭘 하고, 아이들을 위하는 쫌 좋은 교사가 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심지어 우쭐해지려고 까지 했다.

솔직히 이미 눈치는 채고 있었다.

바람이 구름을 몰아가고 있음을 보는 순간 오늘의 모래놀이가 예사 모래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햇빛이 나투시고, 바람이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 때부터 자연의 감응, 그 특별함이 함께 하셨다는 것을...

 

이 글을 읽으시는 누군가는 때마침 지나가는 바람과의 우연한 만남을 너무 과장해서 호들갑떠는 것이 아니냐 하겠지만, 무엇에든 인과법을 들이대는 나의 습관이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간절함은 사람의 마음도, 하늘도 움직인다고 믿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도 하고 싶은 스물일곱 마음에 담긴 간절함을 읽으신 하늘이 구름을 설득하고 그것만으로는 불안한 애들을 안심시키려고 햇님이 행차하시고, 햇살에 더울까봐 바람이 보살펴 주시고...참 고마운 하늘이시다.

우리 아이들은 하늘이 돌보시는 아이들이다.

 

sd_0716.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교육지도자 체험사례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우곡심성교육원 2010-11-03 
122 “네 마음은 어땠니?” file 푸른아침 2015-05-31 
121 교단일기3_상담 file 푸른아침 2014-07-27 
120 교단일기2_글로 배운 육아법 imagefile 푸른아침 2014-05-18 
119 교단일기1_ 꽃보다 예쁘고,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 imagefile 푸른아침 2014-05-11 
118 마음, 언행 그리고 날숨 imagefile 김선화 2013-04-22 
117 발우공양 file 푸른아침 2011-11-20 
116 청소년 마음동산꾸미기 제10기를 시작하며 file 푸른아침 2011-09-28 
» 특별한 수업 imagefile 김선화 2011-07-16 
114 마음동산꾸미기 제9기 교육을 마치며 imagefile 김선화 2011-07-11 
113 가을 체험학습 file 김선화 2010-11-10 
서울교육원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8길 42, 1120호| 전화: 070-7568-3128 | E-mail: freemind@wookok.org
부산교육원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03, 726호(우동 오션타워) | 전화: 051-740-6288 | Fax: 051-740-5684 | E-mail: pusanwk@wooko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