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체험학습

조회 수 2432 추천 수 0 2010.11.13 21:57:03
김선화 *.173.67.67
날짜 : 2010-11-10 
경주에 있는 신라밀레니엄파크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신라의 역사와 관련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든 테마공원이다.
오전 중에 하는 공연 2개를 여유있게 보려면 8시에 출발해야한다고 해서 전날 아이들에게 인원점검하고 버스 있는 곳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여 제 시간에 출발하려면 7시40분까지 학교에 도착해야하니 늦지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다행히 8시10분쯤 시동소리가 들리고 우리가 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시간 30분쯤 지났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전체 시설물 사용에 대한 것과 쓰레기 처리에 관해 지켜야 할 내용을 얘기해 주었다. 조용해서 우리 학교만 왔나 했는데 공연장에서 보니 서너 학교가 더 와 있다. 장소가 넓어서 그런가 분위기가 조용하고 고즈넉하기까지 하다. 처음은 연극을 보고, 두 번째에는 마상묘기를 보았다. 연극도 재미있고, 마상묘기는 옛날 신라의 화랑도들이 익혔던 무술을 재현한 것인데 칼 쓰기와 말타기였다. 묘기가 한 가지씩 끝날 때마다 출연자는 관중석을 돌며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묘기에만 취해 별 반응이 없어 출연자에 대한 답례가 부족한 듯해서 나와 동료교사들은 아이들 몫까지 보태서 크게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와 와’
‘짝짝짝’
우리 쪽에서 나는 소리가 유난히 크니 공연 출연자들이 공연장을 한바퀴 돌아 우리 쪽으로 와서 마무리 인사를 하였다.
공연을 시작한 지 좀 지나자, 다른 곳에서도 박수와 환호가 나오고 소리가 점점 커지며 공연장의 분위기가 활기를 띄었다. 출연자들도 기운이 나는 듯 움직임이 더 활발해 지고 아이들의 박수소리와 환호도 점점 커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가을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 울림이 다시 가슴에 닿아 더 신나게 공연하고 그 묘기에 더 감탄하는 마음을 환호와 박수에 담아 보내고..

점심시간,
아침이 부실했는지 아까부터 밥 먹으면 안 되느냐는 것을 시간이 되면 먹자고 다독였는데,이제 밥 먹어도 된다고 했더니 삼삼오오 모여 얼른 돗자리를 깔고 알록달록 단풍색을 닮은 김밥을 집어 먹었다.

‘맛있겠다. 꼭꼭 씹어 먹어라, 물도 먹고’
‘우리 엄마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쌌어요.’
‘와아, 그런나?’
볼이 불룩한 아이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오후시간은 도착해서 미리 나누어준 체험공방 쿠폰으로 공방별로 가서 체험활동을 하고, 전날 나누어준 학습지를 모둠별로 다니면서 해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조금 있으니 제가 하기로 했던 공방에 우리 말고 예약된 팀이 있어서 체험활동을 못한다며 전화가 왔다.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봐 어제도 아이들이 많이 몰릴 수도 있는데 괜찮으냐고 물었을 때괜찮다고 하더니 아마 총괄하는 곳과 공방과 연결이 안 되었나보다. 다행히 다른 공방으로 가서 체험을 했고 결과는 다들 만족해 보였다.
있었던 곳 쓰레기를 치우고, 인원 점검을 하고 타고 온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아, 오늘 참 기분 좋다.’
여학생이 말했다.
‘오늘 진짜 재미있다.’
남학생이 말했다.

갑자기 내 마음이 활짝 밝아졌다.
‘이러면 되지 않나?
삶이 뭐 별건가, 하루하루 기분 좋고, 재미있게 살면 되지‘
평소에는 톡톡 쏘는 말투인 여자아이와 담임교사의 말(言)은 일단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이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자기과시인 것처럼 생각하는 남자아이의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말이 교실에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맑고 파란 가을 하늘과 알록달록 아름다운 단풍, 선선한 가을 공기, 아스팔트나 콘크리트와는 다른 바닥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낙엽냄새 발바닥을 고물고물 간지럽히는 흙의 푹신함,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 싸 준 단풍색을 닮은 김밥, 그리고 아무리 떠들고 뛰어다녀도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 분위기가 아이들의 가슴에 돋아있는 작고 큰 가시 몇 개를 뽑아 버렸나보다.
‘공부해라, 공부하자, 복도에서 뛰지 마라, 교실에서 조용히 하자, 청소시간인데 빨리 청소해야 점심먹지...’

그동안 늘 이런 소리만 해서 미안했는데... 올해 처음 비로소 아이들의 마음에 드는 교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해 주어야한다고 했던 과제 하나를 해결한 것 같아 마음도 가볍다.
사실 나는 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해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내 기분도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럴 수는 없음이 나의 고민이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학업의 성취를 위해 또 여러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규칙이나 질서가 몸에 배여 습관이 되도록 끊임없이 얘기하고 행동수정도 해 주고 내 스스로 본보기도 되면서 반복 지도해야 하는 담임으로서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하고 야단도 쳐야한다. 그런 교사의 역할이 아이들에게는 귀찮은 잔소리꾼이 되는데...

중요한 것은 상호교감이다. 부딪힐 때도 있겠지만 큰 틀 안에서 친근함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 이해하는 마음.
이 마음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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