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법보신문(2007.06.19) 
날짜 : 2007-06-19 

 

 

61. 법보신문(2007년 6월 19일 보도)

 

 
명상을 붓삼아 참교육을 그리다

당리초등학교 조미자 선생님

 

 

“아이들 마음은 하도 순수해서

참선이라는 등불 하나만 켜줘도

스스로 온 마음을 밝힙니다”

 

 

지난해 11월, 부산 사동초등학교 4학년 1반에서 한바탕 경사가 났다. 부산 영재올림피아드에 출전할 학교 대표 선발시험에서 총 6명의 대표 중 4학년 1반의 학생만 무려 4명이 뽑힌 것이다.

 

영재올림피아드에 4학년이 출전하게 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 반에서 한꺼번에 4명이 뽑힌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부산 교육계 신화로 떠오른 인물

 

동료 교사와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답은 하나, 담임교사 조미자 선생(55, 길상심)이 아이들에게 참선을 통해 집중력을 높여 준 것이었다.

 

최근 ‘부산교육계의 신화’로 떠오르고 있는 화제의 인물 조미자 선생을 당리초등학교에서 만났다. 올해 초 사동초등학교에서 전근해 온 조 선생은 이번에도 4학년을 맡고 있다. 이제 막 수업이 마칠 시간, 조 선생은 특유의 포대화상 같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에게 말한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마음내리기 하입시더. 두 손을 높이 들고 천천히 내리면서 숨을 내쉽니다. 후~”

 

이미 ‘마음 내리기’라는 말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한 순간에 고요해진다. 잠시의 정적이 지나가고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특유의 왁자지껄함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담임선생님은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이쁜 사람’이다.

 

“우리 선생님은 눈이 호수만큼 깊어요.”

“항상 바른 자세로 가르쳐 주세요.”

“울 엄마 같아요. 저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예쁘고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조 선생은 솔직히 아이들에게 ‘미스 유니버스’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미인’은 아니다. 본인 말에 따르면 사실 수년전만 해도 아수라에 가까운 얼굴이었다고 한다. 눈은 충혈 되고 얼굴은 일그러지고, 오십견으로 어깨는 굽어가고. 반 아이들도 선생님을 항상 무서운 사람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예뻐지기 시작했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을 가진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선생님’이라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조 선생님은 ‘참선’ 때문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올해로 교직생활 32년째입니다. 10년이 지나니 처음의 열정과는 달리 그저 직장일 뿐이라는 생각에 학교도 아 이들도 염증이 나고, 한 해 열두 차례 제사를 모시는 6남매 집안의 종부 노릇도 지긋지긋해지고, 설상가상으로 건강까지 나빠졌습니다. 매사에 자신감도 없고 삶에 대한 애착은 점점 희미해지더군요. 매일 사직서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모릅니다.”

 

그때 그녀에게는 어린시절 할머니를 따라 올라가던 절이 떠올랐다. 그 아련한 기억으로 교사불자회에 가입하고 봉사활동도 다녔다. 하지만 단순한 시간보내기에 불과했다.

 

 

“부처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아픈 자리가 느껴지는 것이 왜 나는 부처님처럼 내려놓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계속 그 생각을 하면서 아파했어요. 이런 고민의 끝자락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에서 ‘선’ 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게 된 것입니다.”

 

부산 우곡선원서 참선 만나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우곡선원이라는 한 선방의 홈페이지였다. 우곡 장명화 선원장의 글을 읽는 순간, 갑자기 가슴 속에 숨구멍이 터지는 듯 했다. 얼어붙은 눈이 봄 햇살에 녹아내리 듯 가슴 속 응어리진 무엇인가가 삭아지는 느낌이었다.

 

우곡선원 홈페이지에는 그때 막 부산에도 분원을 냈다는 소식이 실려 있었다. 조 선생이 부산 우곡선원의 참선교실 제 1기 수강자가 된 것은 2002년 9월의 일이다.

 

부산 사하구에서 해운대에 있는 선원까지 지하철에 버스에 대중교통을 세 번 갈아타서 1시간 30분이 걸렸다. 하지만 매주 한 차례 우곡선원으로 향하는 조 선생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오히려 그 시간이 조 선생에게는 혼자서 수행하는 시간이 되곤 했다.

 

우곡선원에서 조 선생은 ‘참선수행’이라는 것을 난생 처음 배웠다. 실상관법이라 이름붙은 그 수행법은 자신 손끝의 맥박을 관찰하고, 날숨을 관하면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발바닥, 손끝에 집중하는 법을 배운 조 선생은 지하철에 앉아있을 때도,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 있을 때도 실천을 거듭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실상관법에 집중한 조선생에게 신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굳은살이 박힌 노랗고 투박한 손이 분홍빛이 도는 건강한 피부로 변했고, 굵고 짜증 섞인 목소리는 소녀의 음성처럼 부드럽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본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교사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순수한 본성을 갖고 태어나지요. 그 본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키우는가에 따라 성장 후의 모습은 현격하게 차이가 납니다. 지식은 인성 다음입니다. 세상의 때가 눅진눅진 붙은 저도 이렇게 바뀌었는데 때 묻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참선은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나룻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조 선생은 이때부터 호흡과 마음 들여다보는 법을 어린이들 지도에 조금씩 활용하기 시작했다. 바른 자세로 앉아 천천히 호흡하는 것이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다. 그 다음은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함께하는 마음 내려놓기다. 손가락을 세개로 모으고 맥박을 관찰하는 삼지법(三指法)은 수업 중 분위기가 산만해 질 때마다 사용하는 최고의 처방전이다. 떠들고 있는 한 아이를 지목하기보다 “다 같이 삼지법 해볼까?” 라며 전체 학생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맥박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면 어느새 어린이들은 숨소리마저 고요해진다.

 

명상으로 아이들 성적 향상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손가정에서 성장한 한 아이는 엄마의 사랑으로 채워져야 할 가슴에 외로움이 차 있으니 항상 산만한 행동으로 주변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그 아이는 날숨호흡으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담임선생님의 관심으로 조금씩 안정된 아이가 되어 갔다.

 

반 아이들의 학업성적도 몰라보게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학급에서 영재 올림피아드에 출전할 아이들이 무려 4명이 나왔고, 그 중에 한명은 동상을 수상했다.

 

4학년 1반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에게 편지를 쓴다. 얼굴에 생기는 뽀드락지부터 엄마와의 갈등까지 고민도 각양각색이다. 요즘은 학부모들까지 상담을 해오곤 한다. 남편과의 불화를 겪고 있는 학부모에게 명상을 권유했더니 불면증이 치유되고 가족도 화목해졌다.

 

최근 조 선생은 자신의 학급에서 일어난 변화를 부산 전체로 확대시키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우곡선원에서 만난 선생님들과 함께 청소년 명상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원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이다.

 

우곡선원 산하에 설치된 우곡심성개발교육원은 2002년부터 교원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해 부산 지역 교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교사들이 명상을 배우니, 자연히 그 파급효과는 학생들에게로 이어졌다. 2005년부터 열린 토요휴업일 청소년 명상교실 ‘마음동산 꾸미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명상교실은 부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작년 한 해에만 약 1만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청소년진흥센터로부터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증까지 받은 우곡선원의 청소년 명상교실 ‘마음동산 꾸미기’에는 격주로 4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조 선생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이 수업을 거른적이 없다. 참 품세, 만다라 명상 등 집중적인 참선지도를 받은 어린이들의 표정과 행동, 학업의 변화는 매주 조 선생조차도 깜짝 놀라게 했다.

 

얼마나 흡수력이 빠른지 마치 작은 등불 하나를 켜놓았더니 그 불이 산 전체를 밝혀가고 있는 듯 했다.

 

“저런 걸 보고 부처님께서 천진불이라고 말씀하셨겠지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노라면 제 입에서 ‘아이고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가 절로 터진다니까요. 지금은 제 능력이 미약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마음 내리는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청소년 교실 운영…1만명 참여

 

대승불교의 수레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 자리에 아이들을 태울 공간이 생겼고, 그 아이들이 늘어날수록 수레의 빈자리는 계속 커져만 갔다. 그리고 마음의 여백이 늘어날수록 조 선생의 주변은 더욱더 밝아지고 있다. 학급에서 학교로, 가정으로…. 그리고 또 그렇게 텅 비어 있으니 남보기에 아름답고 내게 고요하다고 했나보다.

 

주영미 기 자 ez001@beopbo.com

905호 [200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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