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들여다 보아라"

조회 수 762 추천 수 0 2010.11.13 20:34:31
김선화 *.173.67.67
날짜 : 2006-12-12 
우리 반에는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학습능력이나 언어능력, 교우관계 등이 모두 어린 특별한 친구 00가 있다. 그래도 00는 성격이 밝고 명랑하며 욕심도 많아 남보다 앞서고 드러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런 00의 특성이 그 아이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게 하는 좋은 점도 있지만 지나칠 때에는 가끔 친구들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날도 그랬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잠시 회의를 마치고 오니 교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선생님 올 때까지 조용히 눈감고 있으라고 해서 그러고 있었는데 00가 자꾸 돌아다니면서 우리를 건드려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자꾸만 해서 제 자리에 앉혔더니 자기를 때렸다고 막 울었단다.

정말 00는 흥분해서 친구들이 자기를 때렸다고 했다. 00의 이 말이 아이들은 또 억울하다고 하고... 대충 짐작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반 아이들은 00를 때리지 않는다. 그럴만한 일이 있으면 차라리 피하는 편이다. 학기초에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친구들을 때려서 맞은 아이가 울면서 나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꾸 이런 일이 생기면 일반친구들과 함께 가기 어려울 것 같아 담임으로서 주의를 많이 주었고 그 뒤로는 00의 고집이 많이 누그러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없는 사이 또 일이 생겼다. 처음에 아이들은 00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스스로 마음을 내어 도움도 주었는데 이런 충돌이 있으면서 그 관계가 소원해 진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또 이야기를 했다.
"00가 너희들을 정말 괴롭히려고 그런 것 같니?"
아이들은 그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00는 너희들과 친하고 싶어서 그런 거다. 사실 너희들끼리만 놀면 재미있지만 00와는 놀아 주어야하기 때문에 같이 놀지 않잖니? 말이 잘 안 통하니 그렇게 하는 거다. 너희들도 친구가 나와 놀아주지 않으면 심심하잖아"

그랬더니 누군가가 "의사소통 말이에요?" 라고 했다.
"그래 맞다. 너희들은 말로, 글로, 아니면 표정을 보고도 서로 알 수 있지만 00는 친하고 싶다, 같이 놀고 싶다는 표현을 다른 방법으로 한 거다. 00의 마음을 들여다 보아라, 00는 너희들을 괴롭히려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니잖니? 너희들도 그럴 때 있잖아, 그냥 부딪힌 것을 때렸다면서 나를 때리고 지나가는 친구를 보면 억울하지 않니? 친한 친구였는데 작은 오해 때문에 나를 멀리하면 얼마나 외롭니?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 보아라. 그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너에게 그런 행동이나 말을 했는지 생각해 보아라. 그리고 나의 마음을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 보아라, 친구의 마음도 들여다 보고 친구를 대하는, 그리고 부모님과 형제를 대하는 내 마음도 들여다 보아라"
" 먼 훗날 00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을 잘 이해해 주고 배려해준 너희들에게 참 좋은 친구들이었다고 고마워 할거다"

나는 그날 남은 한 시간 수업 내내 이런 얘기를 이런저런 예를 들어가며 해 주었고 아이들은 뭔가 알아들었다는 듯 숙연하게 앉아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하루에 두 사람씩 조를 짜서 00의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물론 그들도 아이들인지라 예상하지 못한 재미있는 놀이를 발견하면 가끔 잊어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00의 행동은 나쁜 것이 아니라 나와 좀 다를 뿐이고, 전에는 귀찮고 이해할 수 없었던 언행은 별 것 아니고 그저 친하고 싶다는 00만의 표현방법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친구 뿐 아니라 모든 것은 눈(目)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것 같다. 어쩌면 눈보다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벌써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다. 오래간만에 아이들과 나는 우리들의 특별한 친구 00 덕분에 우리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참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이 아이들과 같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며 생활하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에는 아이들도 반개편이 되면서 흩어지겠지. 친했던 친구와 같은 반이 되기보다는 헤어질 확률이 더 높다. 아이들에게는 또래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참으로 중요하다. 학업성적보다 더, 학업성적에 대한 걱정은 어른들이 하는 것이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공부를 잘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하니까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한다.

새 학년이 되면 새 친구 새 선생님 새 교실 만나서 모두 서로 잘 통하여 즐겁고 원만한 학교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좀 이른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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